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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28 08: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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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이지 못한 사람이나 물건(物件)을 비유한 고목후주(枯木朽株)는 사기(史記) 노중련(魯仲連) 추양열전(鄒陽列傳)에서 볼 수 있다.

 

서한(西漢) 경제(景帝) 유계(劉啓)가 재위하던 시절 추양(鄒陽)이라는 유명한 학자가 있었는데 그는 엄기(嚴忌)와 매승(枚乘) 등과 함께 오왕(吳王) 유비의 수하에서 벼슬을 하게 됐는데 그들은 모두 뛰어난 문장력과 언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중용됐다.

 

후에는 오왕양이 반란을 꾀하자 추양은 이를 따르지 않고 곧 간언하는 글을 올렸다.


오왕 유비가 이러한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자 추양은 엄기, 매승 등과 함께 양(梁)나라 효왕(孝王) 유무(劉武)에게 귀순했다.

 

양 효왕의 심복인 양승(羊勝)과 공손궤(公孫詭) 등은 추양의 재능을 시기해 효왕의 면전에서 추양을 중상하자 양 효왕은 크게 노해 곧 추양을 감옥에 가두고 사형에 처할 준비를 했다.


추양은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감옥에서 양 효왕에게 글을 올려 자신의 결백을 스스로 변호했다.

 

추양은 자신의 글에서 많은 역사적 인물들을 열거하면서 의심을 받고 신임을 얻지 못했던 이들이 모두 충정지사(忠貞之士)였음을 밝혔다.


그는 양 효왕에게 사실을 정확히 살펴 인재가 억울함을 당하지 않고 중용(重用)될 수 있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추양은 형가(荊軻)가 연나라의 태자 단(丹)을 위해 진나라 왕을 죽이려다 실패해서 그의 일족이 연루돼 죽게 된 일과 오 나라 왕 합려가 왕자 경기를 죽이려 하자 오왕의 신하 요리가 자기의 처자를 태워 죽인 것 등을 예로 들면서 글을 이어 나갔다.

 

저는 명월주(明月珠)나 야광의 벽(璧)도 어두운 길을 사람에게 던지면 칼을 잡고 노려보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인데(明月之珠, 夜光之璧, 以闇投人于道路, 人無不按劍相眄者) 이는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그것은 아무 내력도 없는 것이 눈앞에 날아왔기 때문이며 구부러진 나무뿌리가 서리고 굽고 뒤틀어졌지만 만승 군주의 기물(器物)이 될 수 있는 것은 좌우의 사람들이 그 뿌리를 조각하고 장식을 해 군주에게 바치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므로 인연도 없는데 눈앞에 날아오면 천하제일인 수후(隋侯)의 주(珠)나 야광의 벽일지라도 원한만 살 뿐 덕으로 여기지는 않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미리 알려 준 바라면 마른 나무나 썩은 등걸을 바치더라도 공로가 있다 해서 잊여지지 않게 되는 것(故有人先談, 則以枯木朽株樹功而不忘)입니다.

 

지금 군주들은 천하의 식견과 기량이 위대한 선비들을 군왕의 권력의 무게에 짓눌리게 하고 세력 있는 벼슬만을 최고로 여기어 얼굴빛을 온화하게 하고 행실을 더럽혀 가면서까지 아첨하기를 좋아하고 있어 뜻 있는 선비들은 차라리 험한 동굴 속에 숨어 엎드려 죽는 길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의 글이 양 나라 효왕에게 바쳐지자 효왕은 사람을 보내서 추양을 옥에서 석방하고 상객(上客)으로 대우했다.

 

오늘의 한자

 

枯 : 마를 고, 木 : 나무 목, 朽 :썩을 후, 株 : 그루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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