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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23 1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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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역하면 아홉번 옮겨 열번째 장사지낸다는 뜻으로 조상의 무덤을 쓸 때 지나치게 욕심에 어두운 경우를 일컫는 구천십장(九遷十葬)은 대동기문(大東奇聞)에서 볼 수 있다.

 

조선 중기에 경북 울진 출신으로 격암(格庵) 남사고(南師古)라는 분이 있었는데 그는 풍수, 천문, 점술, 관상에 능통했는데 그가 우주의 오묘한 비법을 터득하게 된 일화가 있다.

 

젊은 시절, 울진 불영사(佛影寺)로 가던 길에 바랑을 메고 서 있는 어떤 중을 만났는데 그 중이 남사고가 탄 말에다 자신의 바랑을 실어줄 것을 부탁하자 남사고가 이를 허락했다.

 

남사고와 중이 함께 불영사에 도착해서 부용봉에 노닐다가 소나무 아래에서 내기장기를 두는데 중이 갑자기 기합소리와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가 한참 뒤에야 땅으로부터 코끝이 보이더니 점차 온몸을 나타냈다.

 

중이 묻기를 ‘무섭지 않더냐?’하니 남사고는 ‘무서울 것이 뭐 있겠소?’라고 대답했다.

 

중은 ‘내가 많은 사람에게 시험을 해 보았으나 모두 겁을 먹고 기절을 했으나 그대만은 이토록 대담하고 침착하니 내 비로소 가르칠 사람을 구했다’하고는 비법을 적은 책을 주며 ‘그대는 기골이 범상치 않으니 부디 힘쓰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이때부터 남사고는 비법이 적힌 책을 열심히 연구해 우주의 오묘한 이치를 꿰뚫어 알 수있게 됐다고 한다.

 

남사고는 명종의 뒤를 이은 선조의 등극을 점쳤고 임진왜란이 발발할 것도 미리 알고 있었으며 동인(東人)과 서인(西人)의 당쟁이 시작될 것도 예언했다.

 

하지만 설화 속에 나타나는 남사고의 이미지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는데 한 번은 부모의 장례를 위해 여기저기 길하다는 땅을 골라 장사지냈으나 장례를 치른 뒤에 부모님의 묘소를 딱 보니 자신의 마음에 도무지 차지 않았다.

 

그래서 길지(吉地)를 골라 여러 번 무덤을 옮기다가 마침내 한 묘 터를 얻었는데 바로 날으는 용이 하늘에 오르는 비룡상천(飛龍上天) 형세였다.

 

남사고는 크게 기뻐하며 이곳에 이장(移葬)을 하고 흙을 져다 봉분을 만드는데 어디선가 한 일꾼이 이런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아홉번 옮겨 열번째 장사지낸(九遷十葬) 남사고야 이 자리가 비룡상천하는 명당인 줄 알지 마라 죽은 뱀이 나무에 걸린(枯死掛樹) 자리가 여기가 아니더냐.

 

남사고가 이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서 다시 산천의 형세를 찬찬히 살펴보니 과연 날으는 용이 하늘에 오르는 형세가 아니라 죽은 용의 형세였다.

 

정신을 차린 남사고는 그 노래를 부른 일꾼을 급히 찾았으나 일꾼은 홀연히 사라져 버려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에 남사고는 ‘땅도 각자 주인이 있는 법이니 인력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라며 탄식을 하고 해(害)나 없을 땅을 골라 이장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 고사에서 풍수지리에 아주 능통하면서도 정작 자기 아버지 무덤을 쓸 때에는 어떻게 하면 후손들이 발복(發福)을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욕심에 눈이 어두워 아홉번 이장하고 열번 무덤을 쓰게 되는 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았다.

 

오늘의 한자

 

九 : 아홉 구, 遷 : 옮길 천, 十 : 열 십, 葬 : 장사지낼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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